Album Commentary: [Episode1 : Love]
2023.04.13.
소윤 여러분은 지금 소윤의 두 번째 정규 앨범에 관한 코멘터리 앨범을 듣고 계십니다. 이번 앨범의 핵심 키워드를 꼽자면 아마 욕망일 텐데요. 각기 다른 욕망이 앨범에 녹아있지만, 이 smoke sprite은 뭔가 되게 비현실적인 꿈과 현실 사이에서 벌어지는 어떤 욕망과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제목 역시 연기처럼 폭발하는, 폭발하면서 사라지는 그 시각 효과를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런 저의 공상을 구체화하는 여정을 함께해 준 동료이자 친구, RM을 초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온 세계 사람들이 다 알겠지만 그래도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RM 그럼요. 안녕하세요, 저는 방탄소년단이라는 팀에서 음악하고, 그렇게 플레이어 하고 있는 리더 RM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소윤 사실 과장 좀 보태면, 어쩌면 한국에서 제일 바쁜 사람일 텐데, 저의 정규부터 코멘터리 앨범까지 참여해 주셔서 진짜 너무 고마워요.
RM 그게 소윤 씨가 감이 좋으신 게 역대급으로 한가한 시기에 연락을 주셔서. (웃음) 반은 농담이고요. 아마 아시는 분들은 또 아시겠지만 또 19년 한대음부터 인연이 있잖아요.
소윤 맞아요. 그때랑은 좀 또 느낌이 다르네요.
RM '여름깃' 때부터 저는 항상 소윤 씨와 새소년의 빅팬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함께하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소윤 그래도 저희가 제대로 좀 처음 만났던 건 작년 여름, 2022년 여름이죠.
RM 그렇죠. 7월에 제이홉의 리스닝 파티였죠.
소윤 엄청나게 바쁘셨는데, 그때 저랑 딱 인사하고 다시 보게 됐네요.
RM 그때 얘기 많이 했죠. 인생 얘기 많이 하고, 뭐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서, 그때 이제 감도가 확 높아졌어요.
소윤 맞아요. 그때 진짜 저도 정신없고, 너무 많은 분들이 계시고, 내가 여기 왜 있지? 약간 이런 상황에 있었는데. 뭔가 주변이 좀 블러처리되면서 이야기를 나눴던 게, 되게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RM 저도 내향적 외향형이라 그런 자리를 가고 싶어 하면서도, 가면 힘들어하는 타입인데. 그래서 가면 또 이제 너무 많은 사람들이랑 이렇게 얘기하는 그런 걸 잘 못하는데. 모르겠어요. 제가 이제 대외적인 이미지 때문에 뭔가를 해서 이렇게 단체적으로 하는 걸 되게 잘 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지만, 근 데 전혀 아니고요. 그냥 방구석 스튜디오 여포죠. 스튜디오 여포, 그게 저에게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소윤 그 당시에 이제 RM 님은 인디고 앨범을 준비하고 계시던 때였고. 저도 마침 이제 제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여서, 둘 다 약간은 뭔가 불안정하고, 약간은 한가한데, 바쁘고, 약간 이런 인 더 미들 딱 그 가운데서 저희가 만나서 서로의 음악을 좀 들려주고. 근데 사실 그때 저는 되게 놀랐어요. 뭔가 처음으로 RM 님의 목소리를 체험할 수 있는 느낌이어서. 아, 이런 목소리를 가지고, 이런 감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 해서 되게 감동을 많이 받았던 것 같고.
RM 저도 그 당시에 소윤 씨의 데모들을 쭉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소윤 근데 그때는 뭐 아무것도 없었어요.
RM 어떤 거는 instrumental밖에 없었고, 어떤 거는 소위 개가사, 말 그대로 외계어인 것들이 있었고. 근데 또 어쨌든 저는 1집도 되게 재밌게 잘 들었어서, 그거랑 또 다른 방향으로 가시는구나라는 예감을 좀 했었던 것 같아요.
소윤 그때 이제 이 smoke sprite이 된, 곡을 들려드렸었고, 그 곡을 듣고, '어, 좋은데요?' 그래서 제가 '그럼 해보실래요' 이래서.
RM 이 시대에 또 최고의 락스타인 소윤 씨와 함께하게 돼서 제가 감개가 무량하죠.
소윤 근데 제가 그래도 RM씨를 작업하면서 뵙고 하다 보니까, 저는 락스타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RM 님께서는 사실 락스타보다는 팝스타시지만, 그 둘 다를 가지고 있는, 그 뜨거운 뭔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구나를 많이 느끼고, 또 그 뭐랄까, 그 에티튜드를 좀 많이 배웠던 것 같습 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업 과정을 좀 떠올려 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이 저희가 이제 가사를 함께 쓰던 그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RM 완전 그렇죠. 그게 하이라이트였죠.
소윤 이제 저는 이렇게 작업실에 있었고, 들어오셔서 무릎을 팍 꿇으시면서, Take on my knees 어때요? 라고 하셨던, 그 순간이 저한테는 이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어떤 모먼트였던 것 같아요.
RM 저도 사실 제가 무릎을 누구 앞에서 끓어본 게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웃음)
소윤 그때가 거의 두 번째 만나던 때였는데. (웃음)
RM 근데 저는 사실, 지금 작업하면서도 느끼는 건데. 기존 탑 라이너의 개가사를 굉장히 중요시 하 거든요. 왜냐면 그게 뜻이 없는 외계어일지라도 그 탑 라이너가 그 멜로디를 선택했을 때의 어떤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청각적인 질감? 무의식 속에서 나오는 것들이 되게 좋을 때가 많아서 되게 의식하 는 편이에요. 물론 거기에 너무 갇히면 안 되지만.
근데 처음에 그때 가사 쓰는 과정에서, 지금은 기억이 나실지 모르겠지만, Take 1~ 이런 거였어요 그래서 Take 1이라는 게 있어서 아무래도 소윤 씨도 영상이나 영화를 좋아하시니까, 처음에는 이제 Take 1으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잖아요. 근데 Take 1뒤에 이제 음절이 두 개밖에 안 나왔고, Take 1으로는 저는 약간 답이 안 나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이제 ABBA의 Take on이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그 Take on이 되게 재밌는 게, Take on이 원래 잘 쓰는 말이 아닌데, 이제 약간 뭔가 맡기는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사실 Take on도 ABBA의 노래 때문에 말이 되게 된 말이라고 저는 알고 있는데. Take on like a knees는 심지어 말이 안 되죠. 그래서 그냥 어쨌든 ABBA를 이렇게 빌려와서, 나의 무릎을 맡아달라라고 하는 장면이 생각이 났어요.
소윤 그 뒤로부터는 술술 풀렸던 것 같아요. Take on my knees가 나오고서, 이제 저의 개가사에서 발췌를 하여, Take on my beast 라든지, Fire to the low 같은게 나오고.
RM 그리고 한가지 또 말씀드리자면 소윤 씨가 가사에 비속어라든지, 평소에도 잘 사용하지 않으시는 분인데. 개가사에 이제 F word가 굉장히 많았어요. 근데 재밌는게 본인도 의식을 못 하셨죠?
소윤 저는 전혀 몰랐어요.
RM 사실 이제 저야말로 굉장히 개가사에 F word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라서, 이거 누가 들어도 F word인데. 그래서 제가 한 10번을 들려드리니까 그제야 '그렇게 들리네'라고 하셔서, 역시 락스타다.
그리고 우리가 가사 작업하기 이전에 소윤 씨한테 감탄했던 것이, 굉장히 프로예요. 단순히 음악적으로서만이 프로가 아니라, pdf를 만들어서 이 앨범은 어떤 것에 관한 앨범이고, smoke sprite은 이 앨범에서 어떤 기능과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되게 러프한 것도 있었고, 정리가 된 버전도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저한테 어레인지를 해주셔서 그게 굉장히 저는 인상 깊었거든요.
소윤 그때가 제가 처음으로 피처링 아티스트랑 작업을 해보는 거였어요. 제가 뭐 이전 소윤 앨범에서도 협업이 굉장히 많았지만, 이런 식으로 뭔가 아예 작업을 같이 하게 되는 경우가 처음이었어서.
그리고 또 제가 자주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죠, 또 바쁘시기도 하고 그래서 앨범에 대한 뭔가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고 생각을 했고. 그리고 뭔가 이것들을 이야기를 해줘야 정확하게 뭔가 감도를 맞출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고. 그래서 아직 뭔가 된 건 없지만 있 는 것들을 다 써서 보내드렸던 그런.
RM 제가 이 얘기를 꺼내는 게 물론 소윤 씨의 프로페셔널함을 강조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그거를 보고 그리고 특히 그 메모장으로 보내주셨던 걸 제가 보고 같이 가사를 쓰면서, 사실 오래 안 썼을 거예요.
소윤 얼마 안 걸렸어요.
RM 싸비만 같이 만들었으니까, 근데 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그때 이제 재밌었던 게 저는 그 메모장으로 보내주셨던 걸 보고 나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을 했었던 게, 'Take on my knees' 같은 것도 그렇고, 저는 이제 더 밀어붙이자, 더 빡세게 가자, 이건 더 멀리 가야 된다 였고. 소윤 씨는 이제 오히려 쭈구리 모드로, (웃음) 제가 아는 평소에 소윤 씨의 모드로 와서, '이걸 어떻게'
소윤 그래서 제가 아까 서두에 제가 락스타가 아닌 것 같고, RM 씨가 락스타인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했던 겁니다.
저는 작업하는 내내 진짜 큰 힘을 많이 받았어요. 이 자리를 빌어서 공식적으로 다시 한번 언급을 하고 싶었던 부분이 제가 이 작업을 함께 한 것은 사실 저한테 그렇게 크지 않아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너무 큰 도움이지만 어쨌든 뭔가 인간적인 부분에서는 사실 이 곡보다는 이 곡을 만들던 과정에 서 느꼈던 어떤 감상들이 저한테는 되게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RM씨 진짜 되게 큰 나무 같다' 제가 한번 얘기한 적 있잖아요. 진짜 큰 나무 같은 사람이구나를 시간이 갈수록 거듭해서 좀 느끼는 것 같아요.
RM 저도 그냥 그 과정이 너무 재밌었고, 역시 그리고 남의 거 할 때가 어떤 부분에서 더 뭔가 재밌는 지점이 있어요. 물론 제 것도 너무 재밌지만, 이제 뭔가 제가 이렇게 같이 뛰어들어서 같이 뭔가를 할 때에 느끼는 그 쾌감은 또 다른 종류의 것인 것 같다라는 사실을 저도 이번에 되게 좀 절절하게 느꼈던 것이, 저도 그동안 외부 작업을 종종했었지만 뭔가 이렇게 밀접하게 했었던 적이 없었어요. 그냥 같이 작업을 해도 좀 이렇게 따로 하고, 이 정도였어요. 그래서 저는 나만의 작은 스튜디오 여포라, 이렇게 만나서 뭔가 감도를 높이는 일도 좀 낮설고, 민망하지만 굉장히 해볼 만한 일이구나, 그런 깨달음을 소윤씨가 주셨습니다.
소윤 저도 뭔가 크게 두 가지의 감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첫 번째는 저도 만약에 누군가,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 참여하게 되면 진짜 이렇게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게 있었어요.
RM 진짜 열심히 했어요. (웃음)
소윤 네, 진짜 열심히 하셨어요. 그래서 아, 협업이라는 게 이런 거고, 참여를 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에 대한 어떤 진심, 어떤 진정성 같은 것들이 저한테는 굉장히 배울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RM 사실 그거는 소윤 씨의 덕이기도 한 것이 모든 작업들이 다 이렇게 인테그리티가 200%일 수는 사실 없다고 생각하고. 그 곡이 말씀드린 것처럼 그냥 처음에 너무 좋았고, 그다음에 황소윤이라는 사람을 제가 피겨적으로나 혹은 인간 혹은 친구로서나 굉장히 제가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좀 뭐랄까요, 소설적인 것이나 혹은 인간적인 것이 다 굉장히 감도가 정말 최상이라서, 그래서 그래야 동한다고 해야 될까요? 그래서 그게 다 같이 동해서 이렇게까지 뭐 누가 뭐라고 하든 좀 제가 되게 밀어 붙일 수 있지 않았나.
소윤 그리고 제가 두 번째로 배웠던 거는 누군가를 어떤 음악가든 어떤 예술가든 아니면 어떤 친구든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일 때는 훨씬 더 많이 힘을 줘야겠구나, 그 마음을 더 전해야 되는구나를 많이 배웠어요. 되게 작을 수는 있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이 사람이 계속 뭔가를 해나가는 데 있어서 기름이 될 수 있는 거구나라는 거를 좀 느꼈던 것 같아요. 사실 이 활동하면서 무한한것까지는 좀 너 무 거창하지만, 끝없는 어떤 힘을 계속 주는 경우가 별로 없잖아요. 그냥 뭐 앨범 좋으면, 앨범 좋더라, 이 정도지. '너 정말 잘해, 너 정말 멋있어, 너 잘하고 있어, 너 잘할 거야,' 이런 얘기를 듣는 게 참 쉽지가 않은 세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RM 어렵죠, 어렵고. 그것이 사실은 뭐랄까요, 자기 피를 깎는 거기도 하거든요. 그것도 일정량의 영혼을 소모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말에 진심을 담는 것도 마음과 영혼을 소모하는 일인데. 사실은 어떤 면에서 사람들이 봤을 때, 소윤 씨는 사실 그런 말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 각하거든요. 너무 혼자 잘 서 있는 사람이고, 잘 해내가고 있는 사람이고, 사실 뭐 제가 RM이라고 해서 저의 말이 얼마나 닿을지도 사실 모를 수 있고, 근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냥 뭔가 무조건적인 어떤 믿음 같은 게 있었어서, 뭐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그냥 그게 좀 닿길 바랬었죠.
소윤 그래서 제가 그 질문을 한 적이 있잖아요. RM 씨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정말 많은 것들을 경험했는데, 그래도 사람을 믿으세요?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RM 네, 맞아요.
소윤 근데 '믿습니다'라는 대답을 해주셨죠.
RM 저는 사람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요. '같아요'라고 해서 좀 짜증나긴 한데, '사랑합니다'라고 했으면 좋겠는데.
소윤 어떤 것을 스스로에게 확신할 수 있겠어요.
RM 네, 그런 거죠. 사실 사람이 너무 밉죠, 싫고. 최근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너무 믿고 싶어요. 믿고 싶고, 좋아하고 싶고, 너무 좋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서 배신당한다고 해도, 뭔가 전 그게 안 되더라고요. 영원히, 영영 미워하는 것이 잘 안 되고. 그리고 어떤 사람을 미워하고 싫어하는 게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드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요즘에는 냉소라든지, 질시라든지, 이성이나 냉정이나, 그런 것들이 추앙받고 미덕이고, 쿨한 시대죠. 근데 저는 그것도 일종의 방어 기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의 끝에는 허무와 패배주의 밖에는 남지 않을 것 같아서. 근데 이런 사랑을 드러내면 사실은 공격받기 쉬워지고, 만만하게 보이고, 일견 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저는 팝스타이기 때문에, 팝스타의 미덕은 사랑과 믿음을 전파하는 것이죠.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제가 본 팝스타들은 그렇습니다.
소윤 근데 저는 솔직히 RM 씨가 가진 그 팝스타의 어떤 영향력도 영향력이지만, 인간적으로서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지혜를 좇는 사람이구나. 그런 아까 말씀하신 이성이나 냉정이나 냉소 같은 것들을 좇지 않는 것이 어떻게 보면 두려움과 직면하겠다라는 이야기인 것 같거든요. 그 부분에 있어서 이분은 지혜를 좇는 사람이구나라는 어떤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RM 그래서 소윤 씨랑 어쨌든 'smoke sprite' 작업도 작업이지만, 그 사이에도 우리가 몇 번 만났었잖아요. 그래서 가끔 뵐 때마다 뭐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든지, 친구들의 얘기라든지, 그런 것들을 얘기하면서. 물론 우리가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서 있는 그라운드도 다르고, 많이 다르지만 만날 때마다 항상 저도 되게 충전 받고, 많이 배우고, 그다음에 뭔가 다른 곳에서 같이 걸어간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가 힘을 다할 수 있을 때 뭔가 도움이 된다면 뭔가를 같이 하고 싶다. 왜냐하면 나도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 소윤 씨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도 이 작업이 나오기를 되게 손꼽아서 기다렸어요.
소윤 네, 그 부분도 굉장히 감사했던 것 같고. RM 씨는 처음에 그 어떤 욕망 혹은 환상에 대한 키워드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RM 어느 정도는 시의적절했던 것이, 그러니까 사실 지금 제가 바로 다시 다음 앨범으로 넘어간 것도, 제 인생에 있어서 작년 여름즈음부터가 가장 다이나믹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의 김남준 혹은 RM이라는 사람과 그 전의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저는 제가 스스로 느끼는데. 저는 이 경험이 되게 신기하고, 제가 소윤 씨께 굉장히 뭐랄까, 좀 신기하고 부러워하는 지점이 그렇게 여러 개의 뭔가 캐릭터라든지, 페르소나를 만드는 점? 그래서 저는 그 인터뷰도 봤는데, 새소년과 소윤의 프로젝트가 어떻게 다른지, 여러 비유를 드신 것. 근데 저는 사실 저는 저밖에 안 되거든요. 저는 저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는데, 근데 제가 새로운 캐릭터가 생긴 거예요. 처음으로 다른 내가 생긴 거예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많이 브레이크가 풀렸다고 해야 될까요. 그냥 쉽게 이해를 돕자면, 삶에 있어서 한때는 엑셀이었지만 지금은 브레이크가 된 것들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 차에 더 이상 타고 있지 않게 되었고. 그러면서 사실 욕망이나 환상이라는 키워드를 주셨을 때, 그 어떤 때보다 더 사실은 제 원초적인 것에 가깝게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서적인 기반이 마련이 되었죠.
그래서 만약에, 만약이라는 건 사실 그냥 재미로 하는 얘기지만, 이 곡에 대해서 우리가 예를 들면 1년 빨리 의논을 하게 됐다고 한다면, 되게 비겁한 가사가 나왔을 수도 있어요. 피해 가는, 굉장히 에둘러 가는, 물론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아름다웠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냥 이 smoke sprite는 그냥 되게 날 것에 가까워서 좋거든요. 그래서 그때 그 욕망이랑 환상이라는 키워드를 들었을 때 지금 참으로 적절하다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소윤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애초에 이 앨범을 만들게 된 계기 자체가 난 분명히 이 안에 비스트가 있는데, 이것들을 언제까지 스스로에게 좀 부끄러워하면서 혹은 예의 차리면서 살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이 Episodel : Love라는 앨범을 작업을 하게 된 것도 있었는데. 근데 그 시점이 정말 운명적이게도 딱 맞았던 것 같고,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기록인 것 같아요. 그냥 저와 RM씨의 어떤 그 시기를 지나면서의 아카이브였던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 또한 시의적절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RM 기록물들이 남고, 그게 저희의 어떤 삶과 생각들의 기록이지만 그것들이 또 남아서 오래오래 향을 뿌리면서 사람들이 다르게 받아들이고 하는 것이 굉장히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이 직업이 너무 좋고, 또 이런 작업을 하면서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복되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가사에 대한 추측을 내놓고 있으시지만, 그냥 답은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있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거를 뭐 구구절절 주석을 붙이고 싶진 않아요. 그냥 뭐 쉽게 얘기하자면 smoke sprite는 그 순간에 푹 들어가 있었어요, drowning 돼가지고. 항상 이렇게 soaking, drowning 이런 단어들을 참 좋아하는데, 그 순간에 삼켜져서 만들었던 것 같고. 이것이 hype이나 바이럴과 당연히 완전히 관계가 없을 수도 없고, 당연히 또 어떤 숫자들이 기록이 되겠지만, 그런 것과 관련없이 굉장히 현재에 충실했던 영원성에 한 발짝 다가가보고자 했던 그런 기록으로 남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저희가 창작자로서 어떤 떳떳할 수 있는 미덕이자 최선 아닐까.
소윤 어쨌든 벌써 지나갔네요. 진짜 좀 아쉽긴 하지만.
RM 물론 이제 계속, 지금 막 나왔으니까 파도가 계속되겠지만, 우리의 과정은 지나갔죠.
소윤 지나갔으니 이제 앞으로의 것들만 남은 것 같은데, 서로가 서로를 계속 응원하면서 뭔가 서로를 주시하면서 그렇게 소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RM 저는 이미 너무 많은 도움을 소윤 씨께 받고 있고. 어떤 직업인으로서도 그렇고, 친구로서도 그렇고, 굉장히 대내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서, 같이 잘 해보시죠.
소윤 근데 도움을 받고 계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로서는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너무너무 너무너무 고맙다라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RM 앞으로 또 언젠가 제 레코드에도 소윤 씨의 목소리를 기대해주시면, 소윤 씨의 주파수를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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